경주 게스트하우스 스테이 후기 – 서울에서 벗어난 특별한 일상 (이정윤 참가자)
<천 년 역사의 경주! 갭이어 스테이>
이름 : 이정윤
갭이어 참가 기간 : 4주
갭이어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그냥 휴학을 하면서 막연하게 서울을 떠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여행처럼 잠깐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죠. 그러다 갭이어 스테이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아, 이건 서울을 벗어나 빨리 살아보라는 하늘의 뜻인가?”라고 생각했어요.
갭이어를 통해 바꾸고 싶었던 것, 혹은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목표는 분명했어요. “경주를 다 돌아보자!”
일을 마치고 나면, 부지런히 밖으로 나가서 활동을 하자! “서울에서만 살던 내가 이제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자”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정말로 일을 마친 후 빠르게 나가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요. 관광객이 많이 가지 않는 주상절리를 다녀왔고, 경주 대부분의 명소를 가봤다고 생각해서 포항까지 가게 됐습니다.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다양한 일이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신기해요. 심지어 평소 집 앞 마트도 귀찮아서 잘 안 가는 제가 포항까지 갔다니, 엄마도 놀라셨죠.
나만의 갭이어 이야기
처음에는 경주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왔던 경주를 23년 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별 생각이 없었어요. 오히려 사람들이 여러 번 가보지 않은 곳에 가고 싶었고, 학생 때 이미 다녀왔던 곳에 굳이 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갭이어 프로그램에서 경주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곳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부산 갭이어 스테이와 프랑스 파리도 프로그램에 있었지만, 해외로 가는 것은 욕심이 없었고, 부산에서 한 달 정도 살아본 경험도 있어서 결국 경주를 선택하게 됐어요. 조금 허무하게 말이죠.
경주에 도착하고 3일째 되는 날, “여기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3일은 정말 힘들었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처음 일하는 것이어서 낯설고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3일째 되는 날, 아침에 일이 없는 날이었는데, 튼튼한 두 다리를 믿고 안압지까지 걸어갔어요. 그 다음은 첨성대, 그 다음은 교촌 마을, 그 다음은 오릉과 포석정. 한 곳씩 보면서 다음이 기대되는 곳들이었어요. 6시간 정도 걸었는데,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왔을 때 처음 한 말은 “힘들다”가 아니라 “쉬는 날 더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다“였어요. 이 날 이후로 경주를 더욱 배운다는 자세로 돌아다녔어요.
사람들과의 만남이 소중하다고 느꼈어요.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새 일을 시작하는 것도 많이 망설였고, 자존감도 전보다 낮아졌었죠.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손님들과 어울리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기 시작했어요. 그 두려움을 극복한 보상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값졌어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평생 친구로 남게 됐어요.
30년 후, 또는 노년에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항상 하는 생각이 있어요.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바닷가 앞에서 살겠다는 결심이에요. 제 다짐과 같은 소망이죠. 그래서 한동안 부산에서 살았던 것도 그런 꿈 때문이었는데, 부산은 제가 생각했던 바다와는 조금 달랐어요. 부산은 여행지로 방문하는 곳이었지, 제가 평생 살아갈 장소는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제 결심은 계속됐고, 경주에 왔을 때 경주 근처에 바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경주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이라 더욱 가보고 싶었어요.
결국 휴일을 내서 경주의 주상절리로 갔습니다. 이곳은 제가 가본 최고의 해안 산책로였어요. 정말로요! 해안을 따라 걷는 산책로는 바다 냄새를 맡으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게 해주었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시간을 잊고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경주에 간다고 말한다면,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먼저 파도 소리가 들리는 길을 걸어보라고 할 거예요.
만약 누군가 나에게 경주에 가길 잘했다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었지만, 정말로 값진 경험을 했고 스스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갭이어 스테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여행 목적이 아니에요. 내가 맡은 활동들을 해야 해서 처음에는 저에게 어렵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해냈을 때의 자부심과 성취감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프로그램 중에 알게 된 손님들이 게스트하우스를 떠나면서 ‘게스트하우스를 떠나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서울에 돌아가면 꼭 보자’고 메시지를 남겼을 때,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한 달이었지만, 그 한 달은 미래에 살아갈 날들과 생활이 합쳐진 멋진 시간이었어요.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인연을 떠올리며 이 보고서를 쓰고 있는 이 순간도 감동적입니다. 이 감동이 제 인생에 큰 울림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갭이어 프로그램에서 좋았던 점
작년 이맘때쯤, 나는 한국사 시험 자격증을 따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두 달 정도 공부하다가 ‘취업에 필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공부를 그만뒀죠. 그런데 프로그램 중에 필리핀에서 온 두 남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들이 “왜 문무왕의 무덤이 해변 근처에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저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어요. 그때 스스로 굉장히 부끄러웠고, ‘왜 한국 사람들은 한국사를 잘 모를까’라는 생각에 5월에 한국사 시험을 다시 보기로 결심했어요.
갭이어 프로그램 참여 전과 후를 비교한다면?
경주에 가기 전까지 휴학을 했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자격증을 따야겠다’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복잡한 생각에 영어 학원을 다니고, 컴퓨터 자격증도 땄죠. 하지만 그 후에 드는 생각은 ‘다음에는 뭘 해야 하지?’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경주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는 지금 공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그 자체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서울에 돌아와서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나 일을 생각할 수 있었어요. 그것들을 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갭이어 경험에 대한 평가
1. 경험 ★★★★☆
앞서 말한 것처럼,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것은 대부분 특별한 경험이라고들 합니다. 이 말을 들을 때 자부심이 컸고, 제 자존감도 점점 회복되었어요.
2. 배움 ★★★★☆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경주에서는, 역사 공부를 안 하려 해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3. 환경 ★★★☆☆
생활 환경이 집과는 다르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혼자 자는 것이 익숙하지 않거나 잠귀가 밝은 사람이라면 더 힘들 수 있죠. 하지만 여행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었어요.
4. 안전 ★★★☆☆
게스트하우스가 도심 근처에 있었지만, 경주 시내의 상점들은 9시 이전에 문을 닫아요. 10시쯤 되면 거리가 완전히 어두워져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한 달 동안은 늘 8시 전에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5. 여가 ★★★★★
사람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여행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에요.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고, 생각보다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도 많아요. 산책과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대부분의 관광지에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가 있고, 걷는 길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요. 특히 야경은 사진을 안 찍고는 못 배길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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