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 후기 – 아르헨티나 고래관찰대 봉사활동
참가한 갭이어 프로그램 :
– 파도소리와 함께하는 아르헨티나 고래관찰대 봉사활동 (2주)
– Amigo Espanol :: 푸에르토 마드린에서 스페인어 배우기 (2주)
갭이어 기간 : 7월 6일 ~ 8월 7일
Q. 갭이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동기는 단순히 ‘해외에 가고 싶다’였어요. 그래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한 달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생각해보거나, 한국갭이어를 비롯한 해외 프로그램을 알아봤습니다.
그러던 중 고래 관찰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계속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는데 제게 딱 맞는 것 같았어요.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일주일 정도 이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단기 봉사활동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혼자 해외에 나가는 것이 처음이라 아무런 경험도 없이 6개월 이상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현장 학습이라고 생각했어요. 해외에서 혼자 생활을 체험해 보는 현장 학습입니다.
이번에 얻은 경험으로 다음에는 조금 더 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요?
Q. 갑자기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남미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해외에 꼭 나가야 할까라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런데 해외에 나가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확실이 시야가 넓어졌더라구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해외에 나갔다 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또래의 한국의 친구들은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잖아요. 취업난부터 각종 돈 버는 문제나 이런 저런 자격증에 시험까지 저 또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런데 지구 반대편을 가니까 이 조그마한 땅에서 그렇게 지지고 볶고 했던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특히 남미 사람들 특유의 여유로움을 배울 수 있었어요. 솔직히 한국 사람인 제 입장에서 보면 심하게 여유롭긴 한데 그것 또한 문화니까요.
남미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갔어요.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우선 도착하면 어떻게든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Q. 남미 특유의 여유로움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보통 한국에서는 버스 도착 예정시간을 보면 아무리 늦어봐야 30분일텐데 거기는 2시간이 넘게 늦더라구요 돌아올 때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 출발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먹을 것도 좀 먹고 여유롭게 있으려고 했는데 2시간이 넘어도 버스가 안 온 적도 있어요.
사실 가기 전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요. 남미 특유의 여유로움에 대해서요. 예를 들어 약속시간 같은 경우도 늦는게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모르고 가면 분명 당황할 거에요!
Q. 갭이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에노스아이레스 쪽은 아무래도 대도시다 보니 한국인들이 제법있었는데 푸에르토 마드린은 소도시라 그런지 딱 한 명을 봤어요. 현지에서 외국인들과 친해지기는 사실 쉽지 않았어요. 일단 나이가 굉장히 어리더라구요. 14살 부터 16살 정도의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 같은 유럽 쪽 아이들이 많았어요.
Q. 숙박과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숙박은 홈스테이로 집주인 집의 남는 방에서 생활했어요. 혼자 먹고, 자고 하면서 생활했죠. 방에서 지내는데 큰 문제없이 만족하면서 잘 지냈어요. 지내던 방이 굉장히 깔끔했어요. 와이파이도 잘되서 데이터 로밍률도 많이 줄일 수 있었죠(웃음) 호스트들이 영어가 가능해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봉사활동의 경우, 집과 13km정도 떨어져 있어서 기관에서 직접 픽업을 나왔습니다. 아침마다 차로 데리러 왔어요.
홈스테이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 현지에서 진행되는 부분이라 차이가 있었겠지만 간혹 당황했던 건 집주인이 밥을 챙겨줄 때 규정과 다른 경우가 있었어요. 원래 규정상으로는 아침만을 챙겨주는 것으로 하는데, 집주인이 어쩔 때는 아침만 챙겨주거나 어쩔 때는 점심만 챙겨주고 복불복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규정보다는 많이 챙겨줬지만요(웃음)
아침을 제외한 나머지 식사의 경우는 사먹어야 했어요. 집 주변에 레스토랑은 많았어요. 근데 처음에 집주인이 경고를 해줬던 부분이 이 주변 레스토랑은 관광객들을 노린 특수 레스토랑이 많아서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있을 거라거 하더라구요. 딱 보니까 정말 가격이 상당하더라구요. 해산물같은 경우도 2-3만원정도 했구요. 그래서 엠빠냐라고 아르헨티나에서 먹는 만두 비슷하게 있는데 그걸 사서 쌓아놓고 배고프면 꺼내먹고 그랬어요.
여가시간에는 주로 바닷가를 산책했어요. 낮잠도 자고, 정말 여유롭게 보냈어요. 명상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아요.
Q. 스페인어 수업은 어땠나요?
아무래도 현지에서 배우는 스페인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습득력도 빨랐습니다. 근데 2주라는 단기 프로그램이라 기초적인 스페인어밖에 배울 수 없는 시간이었죠.
보통, 교육을 할 때는 바디랭귀지나 스페인어를 많이 사용하려 하고, 어쩔 수 없을 때 영어를 사용했던 것 같아요. 최대한 눈치껏 수업을 들어야 하는거죠. 영어로 강의를 한다는 느낌은 딱히 들지는 않았어요. 스페인어를 주로 사용하다보니 뭔지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감이 오잖아요. 강사들의 수업 진행방식에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수업을 끝마치고 문화코스라고 해서 박물관이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나름 괜찮았는데 그날 그날 스케쥴에 따라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Q. 고래관찰대 봉사활동에서 주로 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전반적으로 국립공원 관리를 주로 했어요. 국립공원 관리라고 해서 그렇게 큰 일을 맡아서 한 건 아니에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조용했고 따로 큰 일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부서진 울타리가 있으면 가서 손보는 정도나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환경을 살피면서 체크한다거나, 아니면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고래 사진을 직접 찍는 일 등을 했죠.
일이 많지는 않아서 주로 오두막에 앉아서 고래를 많이 봤어요. 덕분에 혼자서 생각할 시간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같이 여럿이 어울려서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보다는 조용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평소에는 주로 오두막에서 두 명 정도의 동료와 함께 머물렀어요. 아침에는 청소를 하고 그 이후시간에는 잡다한 업무를 했어요.
정말 조용한 곳인데, 종종 아이들이 국립공원에 찾아왔을 때면 시끄러워집니다. 사전에 국립공원에 연락을 해서 수학여행식으로 단체 방문을 할 때가 있거든요. 아이들 관리를 저한테 맡길 때가 있었는데 힘들긴 했어요.(웃음) 아이들이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알아듣겠더라구요. 관리라고 해서 큰 일은 아니고 아이들이 국립공원 안을 돌아다닐 때 행렬을 벗어나지 않게 옆에서 열을 맞춰주는 일을 했어요. 문제는 아이들이 가만히 저를 안냅두더라구요. 동양인을 아마 처음봤을 거에요. 우리나라 여느 초등학생처럼 들고, 뛰고 난리더라구요.(웃음) 애들이 말을 잘 들어줘서 그나마 수월하게 잘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많은 고래는 처음 봤어요. 가까운 시야에서 고래가 올라오는 것들을 볼 수 있었죠. 그밖에 바다사자도 몇 번 봤어요. 국립공원 안에서 바다사자가 실종됐는지 한 번은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언덕위에 올라와있기도 하더라구요.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라 따로 강제로 동물을 데려가거나 이런건 없었어요. 자연대로 맡겨두는 분위기였죠.
Q.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주말 낮에 한 번은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었어요. 그런데 가게란 가게는 죄다 닫아 있더라구요. 집에 돌아가서 집주인한테 얘기했죠. 맥주가 한 잔 하고 싶어서 나갔는데 가게란 가게는 다 닫혔다고 했더니 다 낮잠자러 갔다고 얘기하더라구요. 그때가 1시에서 2시 쯤이었을거에요. 스페인어로는 씨에스타라고 하더라구요. 낮잠자는 게 일종의 문화였어요. 그래서 저도 낮잠을 많이 잤죠. 문화라고 하니까(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라면 함께 활동했던 친구들이 기억에 남아요. 나이가 그렇게 어린데도 이렇게 먼 남미로 넘어왔다는 게 참 기억에 남아요. 한 번은 영어가 가능한 친구와 잠깐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들어보니 그 친구들은 남미에서 학교를 다니려고 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스페인어도 잘했어요. 어떤 친구는 13살짜리 핀란드 여자아이였는데 1년 동안 와서 공부를 하고 갔다고 하더라구요.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생활력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Q. 이 프로그램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장점은 진짜 여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어요. 평소에 바쁘게 사는 성격은 아니지만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자연 근처에 있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서 이것저것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마음을 좀 가라앉힐 수 있었죠. 바닷가에서 산책도 자주 할 수 있었구요. 가는 길이 정말 힘들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은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해요.
단점을 뽑자면 아무래도 한국에서 남미까지 이동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었죠. 그리고 영어가 잘 안통한다는 점. 이외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Q. 갭이어를 갖기 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변화했나요?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넓어졌어요. 달리 말하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다른 것들을 겪을 수 있었고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고 그 생각들을 보고 느끼면서 고정되어있던 시야가 다른 문화의 유입으로 넓어졌어요. 그리고 여유로워졌어요. 물론 한국에 와서 다시 바빠지고 있습니다…
Q. 이후에 참가할 갭퍼들을 위한 Tip
해외여행이 어디를 가나 쉽지는 않겠지만 아르헨티나는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멀기도 하고 스페인어를 우리나라에서는 접하기가 어렵잖아요. 지리적문제나 언어적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하지만 어려운 만큼, 그것에 대한 성취감을 크게 느낄 수 있어요,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 점도 그렇고 문화도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남미 사람들의 국민성도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갔다오면 결론은 좋습니다. 어디를 던져나도 이제 다른 곳에 여행을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향후 계획은 제가 원하는 심리상담가 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동시에 컨텐츠 기획자도 하고 싶어요. 영화 쪽에 관심이 많거든요. 어쨌든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경험’입니다. 심리상담가를 하려면 일차적으로 이 사람이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는 지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양한 경험을 할 수록 이사람의 고민에 대해 공감할 수 있죠. ‘아 이건 나도 경험해봤는데 이런 기분이 들더라’하며 상담을 하는데 진정성을 좀 더 가지고 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색다른 경험도 좋고 남들이 다하는 경험도 좋고, 다양한 경험을 계속 쌓고 싶습니다.
Q. 나에게 갭이어란?
” 인생에서의 쉼표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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