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가의 프로젝트 실제후기
페이스북에서 아프리카를 구하는 적정기술에 대한 기사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재능으로 아프리카의 물 부족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지만, 한국갭이어에서 진행하는 와카워터 프로젝트를 보고 참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와카워터의 창시자인 이탈리아 건축가 아르트로 비토리가 에티오피아의 한 마을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이 하루에 6시간 넘게 더러운 물통을 들고 다니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물을 길어온 곳은 진흙탕과 오염된 물이었고, 그 물을 마신 주민들은 심각한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비토리는 낮과 밤의 온도 차로 이슬이 맺히는 원리를 이용해 망을 덮는 와카워터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물은 하루에 약 100리터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간접적으로 와카워터를 만들면서 적정기술을 이해하고, 아프리카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한국갭이어에서 와카워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적정기술에 직접 참여한다는 생각에 조금 설레기도 했습니다. 적정기술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특별한 분야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가 직접 그것을 만든다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참여 당일, 와카워터를 만드는 날에 전국적으로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며칠 동안 걱정했지만, 한국갭이어 측에서 별다른 연락이 없어 안심했습니다. 예상대로 참여하는 날 아침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막을 순 없었죠!
와카워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스카우트 연맹에 도착했을 때, 오늘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중고등학생 스카우트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적정기술에 대한 강사의 설명을 들은 후 팀을 나누고 각 팀에 강사가 한 명씩 배정되었습니다. 저희 팀에는 사막 마라토너 윤승철 씨가 강사로 합류했습니다. 그는 아직 대학생이지만, 세계 최연소로 사막 마라톤을 경험했고,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한 일은 와카워터의 주 재료인 대나무를 손질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나무는 친환경적이면서도 매우 강력한 재료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선 대나무를 일정한 길이에 맞춰 자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하나하나 대나무를 자르고, 그 길이에 맞춰 구멍을 뚫는 작업은 상당히 많은 힘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조금씩 내리던 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캠핑장이었기에 큰 나무들이 많아서 나무 아래에서 와카워터를 만드는 작업이 계속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대나무를 자르고, 다른 팀원들은 빗물을 모을 그물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호스를 와카워터의 크기에 맞게 만들고, 물이 많이 모여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도록 호스에 그물을 연결했습니다. 대나무를 자르고 그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오전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점심 시간! 같은 팀원들과 도시락과 과일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오후 작업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오후에는 오전에 자른 대나무를 세우고 엮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대나무의 높이는 제 키를 훨씬 넘었습니다. 우리가 작업한 대나무 모델은 하나의 층을 이루게 된다고 했습니다. 여러 대나무를 쌓아 모양을 만들고, 매듭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묶어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힘들다는 생각에 아무렇게나 매듭을 묶었는데, 스카우트 연맹 친구들이 다양한 매듭을 보여주며 정식 매듭(?)을 만드는 법을 아주 능숙하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다행히 오후가 되자 비가 그쳐 좀 더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매듭을 묶는 작업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매듭을 하나씩 묶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이 큰 프로젝트를 제가 혼자 망칠 수는 없어서 최선을 다해 묶었습니다. 그렇게 오후 시간이 흘러가고, 각 팀의 와카워터 4개의 층이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이 층들을 하나로 합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층들을 어떻게 쌓을지 궁금했는데,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아래에서부터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단계별로 내려오는 방식이었죠!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4층과 3층을 연결했는데, 중간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대나무를 엮을 때 한 방향으로 했어야 했는데, 일부 대나무의 방향이 뒤집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엮은 대나무를 다시 풀고 그 부분만 재작업을 했습니다. 힘들게 엮은 매듭을 푸는 것을 보며 조금 아쉽긴 했지만, 더 완벽한 와카워터를 위해서였습니다! 몇 번의 매듭을 풀고 다시 대나무를 연결한 후, 4층과 3층은 성공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2층과 1층도 연결되었습니다.
모든 층이 연결되었을 때 느낀 전율과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높이는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고개를 한참 뒤로 젖혀야 꼭대기가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와카워터의 크기는 이보다 훨씬 크다고 합니다! 이번에 사용한 대나무가 무겁고 모양 잡기가 어려워서 축소해 만들었는데, 실제 와카워터는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실제 와카워터를 한국에 맞게 변형해서 만든 것이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마시고 사용하는 물이 아프리카에서는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내가 가진 기술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적정기술이란 것이 정말 막연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전문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다시 한 번 적정기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일이었습니다. 아침까지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와카워터가 완성된 후 모두 함께 기뻐하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한국갭이어에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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