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도시 파리, 일상의 모든 것이 예술인 파리에서 보낸 시간 (남정원 참가자)
<프랑스 파리, 갭이어 스테이>
이름 : 남정원
갭이어 참가 기간 : 8주
작년 2학기 휴학을 하고, 8월부터 회사에 출근하다.
첫 출근 날, 버스에서 넘어져 무릎 두 군데가 피가 날 정도로 심하게 넘어졌어요. 로비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말이 “화장실이 어디에요?”였어요. 돌이켜 보면, 그 장면이 제가 들어간 회사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시작이었죠. 작년은 정말 매일매일이 혼란스럽고, 넘어지고 일어나는 반복의 연속이었습니다.
솔직히 휴학을 고민할 때, 저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해서 휴학이 아니라 자퇴를 진지하게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 유난을 떨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사에 힘들었죠. 제가 우리 학과에 오고 싶어서 온 건데도 말이에요. 문제는 학교 생활이 아니라 제 자신에게 있었던 거죠.
그렇게 방황의 끝을 달리던 7월까지 정신없이 지내다가, 8월 말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던 때에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 갭이어 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유럽 여행은 대학 생활 내내 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꿈이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 꿈이 금방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재정 문제가 있었고, 3-4개월간의 유럽 여행은 제게는 아주 큰 목표였어요. 하지만 회사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으고, 갭이어 프로그램 덕분에 4개월간 유럽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를 얻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고, 앞으로 남은 여행에서도 더 많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갭이어 동안 가장 바꾸고 싶었던 점은 문화/예술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것이었어요. 문화 기획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고, 문화나 예술을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프랑스는 제가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죠. 파리에서 두 달을 머물며 프랑스 사람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메세나’라는 용어의 고향인 프랑스는 오랜 시간 동안 문화와 예술 프로젝트를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지원해왔어요. 덕분에 프랑스에서는 문화와 예술이 일상의 일부나 다름없었어요. 어디를 가도 거리 예술가들을 쉽게 볼 수 있었죠. 문화 기획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저로서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문화와 예술 활동이 일상적인 활동보다는 특별한 활동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리에서 지내면서, 문화와 예술 활동이 활발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여유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공원에 가면 평일 낮에도 가족들이 공원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방과 후에 학생들이 공원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르본 대학 앞 센강이나 UPMC 근처에 가면, 수업이 끝나고 하루를 여유롭게 마무리하는 대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일요일에 상점들이 여는 방식도 흥미로웠습니다. 대부분의 상점이 원래 일요일에는 문을 닫지만, 가게에 문화 공간이 설치되면 일요일에도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된다는 법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샹젤리제 거리에서 일요일에 열려 있는 상점들을 보면 항상 갤러리나 스튜디오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문화와 예술에 대한 태도가 한국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 두 달이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파리에서 갭이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두 번째 목표는 100명을 만나고 돌아오는 것이었어요. 사실 100명까지는 만나지 못했지만, 파리에서만 60-70명 정도의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남은 여행 동안 100명을 채우고 싶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좋은 점은 그 사람을 단순히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되든 해를 끼치든, 무언가 배울 점이 꼭 있더라고요. 좋은 점을 배울 수 있었고, 때로는 좋지 않은 모습을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저는 제 또래에 비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큰 착각이었어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나이와 성장 배경이 비슷하더라도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다 다르더군요. 갭이어 프로그램 중 가장 큰 배움의 시간이었던 것은 프랑스에서 손님들과 지역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남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제 생각과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마치 제 발목에 새겨진 “Live Your Life”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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