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기 좋은 도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낸 여유로운 시간 (손진주 참가자)
이름 : 손진주
갭이어 참가 기간 : 8주
참가한 갭이어 프로그램 : 제주! 그곳에서 살고 싶다, 갭이어 스테이
무작정, 그냥 무작정.
남들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알지 못하고, 그런 나 자신이 싫었고 무작정 나를 바꾸고 싶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갭이어를 선택했고, 가장 멀다고 생각했던 제주도로 떠나게 되었죠.
제주도로 떠나기 전, 갭이어 오리엔테이션에서 목표와 계획을 세웠어요. 생각하고 고민하던 부분들을 더 깊이 풀어낼 수 있었고, 상담을 통해 무언가가 바뀔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도 있었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제주도에 대한 큰 기대 없이, 가슴 두근거림 없이 비행기에 올랐고, 그냥 떠난다는 사실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과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어요. 갭이어를 통해, 그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깊은 생각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이 잠잠해지길 바랐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일상이 시작되다
그렇게 나를 찾기 위한 갭이어가 시작되었고, 제주도에서의 일상이 시작되었어요. 그냥 그저 그럴 것 같았던 제주도는 환상적인 섬이었어요. 나의 선택은 제주도였던 게 맞았던 거죠. 창밖으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바라본 노을, 길 건너편에 보이는 섬, 달리는 버스에서 보이는 풍경들 모두가 내 안에 스며들었어요.
하루 종일 감탄이 끊이지 않았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디든 그림이 됐어요. 밤하늘 검은 도화지에 떨어지는 유성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런 예쁜 것들을 보고 느끼는 동안, 내 생각은 사라졌어요. ‘반드시 해야 해, 내 생각의 끝을 봐야 해’라고 다짐했던 것들이 무너졌어요. 집착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다만 바라보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자유 시간이 생기면 협재 바다에서 산책을 하거나 민속 오일장에 가기도 했고, 게스트들과 짧은 여행을 함께하며 시간을 즐겼어요. 스태프 일은 쉬운 것만은 아니었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매일이 즐거웠어요. 오늘은 어떤 손님들과 함께할지 기대가 되었고, 하루만 같이 있어도 가족 같은 느낌이 들어 헤어짐이 너무 아쉬웠어요.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격려하고, 조언하는 것이 가족보다도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신기했어요. 이게 제주가 아니라면, 여행지가 아니라면 가능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계’에 대해 참 많이 생각했어요. 마치 내가 평생 만날 사람들을 23살에 다 만난 듯한 기분이었죠. 이렇게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외국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받은 조언과 그들이 바라본 내 모습은 조금 충격적이었어요. 편견 없이 ‘나’를 바라봐준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함께한 스태프가 해준 이야기는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고, 부모님이 항상 하시던 잔소리로만 들었던 말들이 사실 잔소리가 아니라, 내가 앞으로 바꿔야 할 부분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의 조언은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면서 나만의 매력을 찾으라는 것이었어요. 의미는 비슷하지만, 보통은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라”라고 말하는데, “나의 매력”을 찾는다는 말은 마치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끌어당길 수 있는 내 안에 숨겨져 있던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었죠.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내는 시간 외에도 저는 휴일에 떠나는 제주 여행을 정말 좋아했어요.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제주도가 정말 넓은 섬이라는 것과 관광지보다 마을 구석구석에 더 많은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제주는 다 돌아보지 못했지만, 걷기도 하고 자전거 여행도 하고,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탁 트여 있어서 걷는 사람의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었어요. 서쪽 제주에 머물다가 동쪽으로 여행을 가면서 서해안과 동해안의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서쪽은 역동적인 느낌, 동쪽은 정적인 분위기가 있었죠. 해변에서 점프샷과 셀카봉은 필수였고, 휴일에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스태프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과 제주를 함께 여행하기도 했어요. 그들과 함께 보낸 하루하루가 혼자 즐기기 아까울 정도였고, 내가 느낀 제주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가이드가 된 것처럼 함께 여행했던 것이 자랑스러웠어요.
제주의 모든 곳이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협재의 밤바다, 오름에서 바라본 노을, 그리고 제주에서 빠질 수 없는 한라산이었어요. 매일 밤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바라본 밤바다는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 밤바다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생각했던 것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맺었던 인연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오름에서는 노을을 놓치지 않으려고 억새밭 사이를 달리며 마음속에 있던 외침을 쏟아냈고,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 한라산 정상에 올랐을 때는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한라산을 오르기 전의 두근거림, 오르는 동안 너무 힘들어서 정상을 찍은 뒤 다시 내려올 수 있을지 두려워했던 순간, 백록담 정상에 서 있던 그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 내려오면서 울었던 그 순간까지 너무나도 선명해요. 아마 한라산을 오르면 제주도를 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무엇을 얻을 것인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좋은 여행지와 좋은 사람들, 감사한 장소들을 두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어요. 제주를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하고 더 슬퍼져서 바다를 더 오래 바라보았어요. 처음에는 갭이어를 통해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누구를 만날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데, 제주를 떠날 때쯤 그 이유가 명확해졌어요.
무엇보다도, 제주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이어진 인연, 그리고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왔다는 사실이죠. 내가 “나”를 인정할 때에만 비로소 나로서 살아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잃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주를 떠나 대구 공항에 내렸을 때도, 내가 정말 제주를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앞에 보이는 산을 보며 한라산을 떠올렸고, 강을 보면서 협재 해변을 생각했죠. 그리고 어떤 것을 보더라도 내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모든 것, 모든 풍경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제주에서 예쁜 것들만 봐서 그런가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사는 곳도 정말 아름다운데 익숙해져서 불평만 했던 것 같아요. 이곳이 제주도라고 생각하면 제주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제주에서 얻은 에너지를 통해 내 인생에서 선택해야 할 것들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 떠났지만, 정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어요. 그러나 답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어요. 아직도 내가 찾을 답은 멀리 있지만, 그것을 찾기 위해 살아갈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위해서요. 저는 이 시간을 정말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갭이어를 원하는 모든사람들에게 꼭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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