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접고 시작한 스테이셔너리 부티크 ‘피브레노’
스테이셔너리 부티크 ‘피브레노’의 시작
원래 전공은 미술대학이었어요.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그 안에 브랜드 매니지먼트가 있어요. 저의 최종 전공은 브랜드 BI와 CI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항상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약 3년간의 직장생활
그런데 그때는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부모님과의 거래도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3년 동안은 회사에 다녀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운좋게도 취업해서 백화점 마케팅팀에서 레더 토털(Leather Total)을 담당으로 일하게 되었어요.
Q. 직장 생활은 어땠나요?
재미 있었다. 재미있었는데 왜 그만뒀냐고 물으신다면(웃음) 원래 가고 싶었던 길에 대해 혼란이 와서 정리하고 고민하다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서 안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한 번밖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는 않았어요.
Q. 직장생활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우려를 많이 했죠, 관둬보니까 주변에서 했던 말들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어떤 큰 울타리에 소속이 되어 있다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었어요. 어쨌든 그런 규율과 규칙 등의 바운더리 안에 있다가 새롭게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죠. ‘난 아닐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초반에는 그런게 공포로 다가올 때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지금은 적응이 됐어요.
직장생활과 함께 시간이 흐른 뒤,
그리고 잊고 있었어요. 부모님과의 거래나 내가 하고 싶던 것들을 잊고 있다가 어느 순간 문득 ‘어,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서 근무를 하면서 일이 좋고 나쁘고의 여부를 떠나서 내가 하려고 했던 방향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그 전의 제 꿈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구요. 일기장을 보니까 ‘참, 내가 그 때 이런걸 하고 싶어 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시기가 마침 제가 만 3년을 딱 채운 때였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오케이를 하시더군요.
Dream, Meet, Eat, Wear, Live.
다시 되돌아가기 그리고 찾기
다시 제 꿈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이게 바로 전환이 안되더라구요. 계속 주어진 업무를 하다가 다시 꿈을 목표로 도전하려했던 예전의 느낌으로 전환이 빨리 안되는거에요. 정확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뚜렷한 그림이 안 그려졌어요.
그래서 인생을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을 하고, 1년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 계획과 함께 블로그를 만들었죠. 다섯가지의 카테고리(Dream, Meet, Eat, Wear, Live)에 1년 간 일기를 적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꿈을 찾아가는 여행
세 나라를 정해서 갔어요. 첫 번째가 이탈리아였고, 두 번째 브라질, 세 번째 인도네시아였어요. 그 중 이탈리아가 현재의 저를 있게 만든 계기였죠. 3개월 코스로 피렌체 가죽 장인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거든요. ‘아, 이런거 한번 해보고 싶다’ 했었는데 그게 꼬리처럼 연결이 돼서 ‘그래, 일단 여기를 한 번 다녀보고 구체화 시켜야 겠다’ 라고 생각을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탈리아 피렌체에 막상 가보니까 예전에 한 번 여행 했을 때는 그냥 ‘가죽이 정말 많네’ 정도로 생각을 했었는데, 한 3개월 살아보니까 가죽이나 포장 쪽이 굉장히 잘 발달되어있는거에요. 저에게 가방이나 구두보다는 가죽이 더 재밌게 느껴졌고 또 시각디자인을 전공을 했으니까 그래픽 디자인과 연관지어 생각해봐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 지금의 이 공간들이 연출되었고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물건은 어떻게 나열할 것인지 등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피렌체, 가죽학교 그리고 3개월 간의 쉼표 이야기.
가죽학교에서의 생활은 정말 재밌었어요. 이탈리아어는 조금밖에 할 줄 몰랐지만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되고 과정이나 공정 자체가 중요한 거라 언어장벽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누가 가더라도 언어 장벽은 없을 거에요(웃음)
저는 장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처음부터 없어서 3개월 단기 코스를 다녀오게 됐어요. 그 학교의 정규 코스는 6개월이에요. 6개월이 끝나고 학교랑 맞으면 학교에서 제안을 하고 3개월 인턴을 거쳐 그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실제로 작업을 하는 장인이 되기 위함이 아닌 원리를 배우고 싶었기때문에 그 학교를 가게 되었고, 제게 맞는 코스를 택한거죠.
Q. 현재 만드시는 제품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종류들이 많아요, 이런 제품들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도 왜 그렇게 시작이 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제가 필요하다고 느낀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우스 패드나 데스크패드를 그냥, 그냥 내가 사용하고 싶으니까가 정답이겠네요. 제가 만든 게 사실 대중적이지는 않아요. 티슈케이스의 경우, 회사를 다닐 때 사각 박스에 휴지가 담겨져 있는게 그렇게 싫더라구요. 너무 싫은거에요.(웃음) 그래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필요한데 없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이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Q. 돌이켜 봤을 때 후회는 없나요?
생계와 관련되서요?(웃음). 회사를 다니는 것이 편했다고 해야할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후회는 전혀 없어요. 오히려 편안해졌어요. 아직은 큰 욕심이 없어서 돈을 벌어야 겠다. 성공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지금 재밌게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활동하는 것으로 북촌 사랑(http://blog.naver.com/bukchon4rang)이라는 모임이 있어요. 옥선희 선생님이라고 책 ‘북촌 탐닉’ 저자이고 영화 칼럼니스트이시기도 한데 그 분이랑 이밥의 강영주 사장님과 서울시에 공동 발의를 해서 북촌 모임을 만들었어요.
북촌을 공부하고 사람들을 모아서 문화기관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운영을 하고 있구요. 어쨌든 돈을 받고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사는 곳, 내가 일하는 곳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도 회사를 다니면서는 못하던 건데, 지금은 돈하고는 별개로 재미있게 하고 있고 또 일과도 별개로 공부하는 느낌이 좋아요.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한 마디로 자발적으로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무언가 스스로 채워가는 느낌이에요.
Q. 갭이어를 가지려고 하는 직장인들 혹은 이전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이들에게 전하고픈 한마디는.
저희 경험에 비춘다면 큰 그림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가죽 관련해서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 같이 ‘어떤 걸 하고 싶다’라는 큰 그림은 있었지만 스테이셔너리 부티크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이제 떠나면서 시작이 된 거 잖아요.
‘아, 이거다’
어느 순간 이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큰 그림이 없이 무작정 가는 건 힘들어요.
큰 그림에 따른 작은 그림은 일단 시작하고 세워도 되니까… 라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웃음)
또, 쉼표를 찍는 게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회사를 그만 두고 준비 기간없이 바로 이 가게를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직접 보고, 머리도 식히고 다시 생각하는 쉼표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Q. 피브레노의 뜻이 궁금해요
로마에서 지낼 때 항상 일기를 적었어요. 홈스테이를 했던 방에서 일기를 썼는데 그 때 정확히 ‘5년 후의 대한민국 남자들아 기다려라, 내가 이런 서재를 선물할게’라고 건방지게 (웃음) -피브레노 내 방에서 라고 적은 글이 있어요.
그 로마의 집 주소가 바로 피브레노에요. 저는 일기를 쓸 때 항상 ‘-에서’ 라고 장소를 쓰거든요.
앞으로의 계획
저는 이 가게를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그냥 가게라는 느낌이지만 나중에는 ‘피브레노’라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갭이어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갭이어 프로그램을 확인하세요
한국갭이어 페이지를 ‘좋아요’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