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봉사 후기, 베트남 장애아동 봉사활동- 김동주 갭퍼
< 나의 소소한 능력이 선물로 변하는 순간, 베트남 장애아동 봉사활동 >
김동주 갭퍼
8주간의 갭이어
고등학교 2학년 때즈음,
어떤 전공을 선택 할 지, 진로는 어떻게 결정 할 지 고민을 하던 중에 인터넷을 통해 간호학이라는 전공을 알게됐다. 나에게 잘 맞을 것 같았다. 오지랖 넓고, 남들이 힘들어 할 때 먼저 다가가 도와주고, 항상 사람들을 만나고 돕는 것에서 에너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야 할 공부는 점점 많아졌고, 전공에 대한 의욕도 줄어들어서 결국 학교를 다니기 싫은 상태까지 되어버렸다.
아버지께서는 학업을 잠시 멈추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전공과 진로에 대해 고민해볼 것을 권하셨고, 인터넷에서 갭이어를 찾아 내게 알려주셨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권유로 갭이어 컨설팅을 받기로 했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몇 번 받아본 상담과 같은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컨설팅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이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까지 컨설턴트님과 함께 기획할 수 있었다.
베트남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갭이어를 보내기로 결심한 것 역시 갭이어 컨설팅을 통해 얻은 수확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봉사를 가는게 목적은 아니었다. 가장 큰 목적은 봉사활동으로 갭이어를 보내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친구들을 만나는 것! 두번째가 봉사였다.
처음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기관에 주말에 도착하다보니 스텝들도 안보였고, 함께 봉사를 할 친구들도 여행을 간 상태여서 더욱 낯설었고 걱정이 많이 됐다. 게다가 월요일이 되어 룸메로 소개받은 친구들은 영국인 두 명과 네팔인 한 명이었다. 미리 영어를 공부하고 갔음에도 처음 한 달간은 나에게 영어 듣기평가의 시간이었다.
맡은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봉사활동 안에서도 활동이 나누어지는데, 나는 간호사분을 보조하여 아이들의 근육을 풀어주고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재활치료 활동과 영어 교육 활동을 하기로 정했다. 내가 배운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로 말하자면 10시쯤 버스를 타고 기관으로 가서 간호사 선생님과 함께 재활치료 활동을 한다. 12시 쯤까지 활동을 마친 후 점심을 먹고, 3시부터 다시 활동을 한다.
오후에는 다른 곳으로 가서 스트레칭을 보조해주거나, 영어 교육을 진행하고, 5시쯤 퇴근해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는다.
일과가 끝난 후에는 친구들과 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거나 시내로 나가 놀며 주로 시간을 보냈다.
갭이어 기간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말한것과 같이 언어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못알아 들으니, 적응을 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갭이어를 가진 첫번째 목표도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었고, 원래 성격도 먼저 다가서는 나에게 언어라는 장벽은 정말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해외 봉사자 친구들과 무조건 함께하는 것이었다.
눈치껏 주말에 여행가자고 하는 것 같으면 알겠다고 따라가고,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 같으면 좋다고 따라갔다. 비록 그 자리에서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일단은 함께 자리해서 대화를 듣고, 잘못된 표현이라도 일단 입 밖으로 말하다 보니 한 달 정도가 지난 어느 순간부터 말이 들리고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적응을 하자 하루하루가 정말 재미있었다. 룸메이트 친구들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고, 여행을 다닌 것도 너무 좋았다. 특히 주말 동안 시간을 내어 여행했던 하룽베이는 태어나서 처음보는 아름다운 경치였다.
갭이어를 갖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변화된 점이 몇가지가 있다.
성격이 변했다.
갭이어를 갖기 전에는 뭔가 탁 막혀있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활발해졌다. 계획한 일을 할 때도 이것저것 따지고 계산해보다가 결국엔 포기하기 일쑤였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생각이 변했다.
사실 나는 성공이 먼저였다. 돈을 벌고 성공하는 것이 우선 순위였는데, 갭이어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에겐 사람이 먼저가 되었다.
진로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전공 시험에 치이고 학점 채우기에 급급해 잊어버렸던 내 흥미와 적성에 대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더이상 간호학을 전공하고 싶지도 않고, 나아가 학교를 그만다니고 싶어 선택한 갭이어였는데, 갭이어를 보내면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봉사활동을 하고, 도움을 주는게 너무 재미있었고 ‘이거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
나에게 갭이어란?
내 삶 중에 가장 값진 1년이라는 시간을 얻을 수 있었던 기회.
내가 보낸 갭이어는,
경험 ★★★★★
전혀 예상치 못한 것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조금이나마 영어에 자신을 가지고 갔었는데 완전히 무너지고 또 다시 시작한 경험. 그리고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간 과정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와도 맞부딫히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었다.
배움 ★★★★☆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 자체가 변했다는 점. 돈에서 사람으로. 그게 가장 큰 배움이다.
환경 ★★★☆☆
생활하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우기 때 간 탓에 빨래를 널 때 불편하고 습했다.
안전 ★★★☆☆
소매치기가 종종 있지만, 스스로 주의만 한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여가 ★★★★★
일이 끝나는 순간부터는 내 자유시간이다. 다음 날의 활동을 미리 준비하든 친구들과 시내에서 술을 마시든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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