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의 갭이어 ‘첫번째 이야기’ 배준수
이름 : 배준수
성별 : 남
직업 : 대학생
나이 : 28
Q. 갭이어를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어렸을 때 꿈은 비행기 조종사였습니다. 그러나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두 차례나 조종사 신체검사에 낙방하면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20대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에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었던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런 의욕도 없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내 모습이 싫었고, 새로운 꿈을 찾고 싶었습니다.
꿈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생각만큼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결과, 해야 할 일만 간신히 하며 벅찬 하루를 보내고 있는 제 자신을 알게되었고, 뭔가 새롭고 색다른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용기를 갖는 것이 너무 어려웠지만, 나는 내 꿈을 찾을 수 있다면 가능한 한 많은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배낭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고, 결국 휴학을 하고 갭이어를 갖게 됐습니다.
Q. 무엇을 중점적으로 준비하셨나요?
A. 언어와 자금을 중점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언어’ :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영어였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해 본 적이 없는, 영어 실력으로 호주로 가서 곧바로 일자리를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겁도 나고 무서웠기 때문에 호주에 가기 전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영어회화 기초를 다지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또한 호주 CBS 뉴스(60분)를 가끔씩 들으면서 호주 발음에 좀 더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남미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중에도 혼자서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대구 스페인문화원에서 한 달간 스페인어 문법 수업을 듣고 스페인어 기초를 배웠습니다.
‘자금’ : 학교를 휴학하고 공장에 출근했습니다. 비록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이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공장에서는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져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은 그만큼 빨리 모였기에 공장으로 들어가 일을 했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필리핀 유학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쓸 돈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단기 알바를 했습니다. 호주에서는 공장과 수제 햄버거가게, 이 두 곳에서 일을 하며 남미 배낭여행을 위한 자금을 준비하였습니다.
Q.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A. 외국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던 중, 갑작스레 혼자서 조부모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습니다. 조부모님께서는 거동이 불편하셨기에 항상 곁에서 돌봐드려야 했고, 외국은커녕 다른 지역에도 오랜 기간 떠나 있을 수 없었습니다. 휴학을 하며 계획했던 것들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함만 점점 더 커졌습니다.
휴학하고 나서의 시간, 이루고자 했던 목표 등 저에게 있어 중요한 것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었고 장남으로서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묵묵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외국에서 보내기로 계획했던 시간들을 한국에서 보내게 되었지만 좀 더 멀리, 높게 도약하기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며, 다시 목표를 수정하고 언젠가 맞게 될 그 날을 기다리며 당장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면서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9개월 간 조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고, 군대에 간 동생이 전역 해 집에 돌아오면서 저는 본격적인 갭이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지는 찾을 수 없었기에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지만, 조부모님을 모시며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보냈던 그 시간들은 그 동안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어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Q. 당신의 갭이어에 대해 들려주세요.
A. 저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배낭여행을 하며 꿈을 찾고 싶었습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와 함께 저의 갭이어는 시작되었습니다. 호주에 처음 도착해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힘들어서 눈에 눈물이 고였는데, 워홀을 마치고 호주를 떠날 때에는 저에게 많은 경험을 안겨준 이 곳이 너무 그리울 것만 같아서,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해지고 달라진 제 모습에 감격스러워 또 한 번 두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강의실과 도서관을 잠시 벗어나 세상이라는 학교에 나오니 책에선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처음 맛보는 음식들, 영화에서만 봐왔던 멋진 자연경관, 그 동안 해본 적 없는 다양한 경험들. 이 모든 것들이 길 위에 있는,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또 다른 스승이었습니다. 호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열심히 일하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5개월 간 남미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새롭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일이 생기고 제 자신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다 구체적이지 않지만 적어도 제 삶의 방향과 어떻게 제 인생을 살아가야 할 지를 깨달았습니다.
꿈이란 게 어떤 직업이나 직장을 지칭한다면 사실 전 아직도 그 꿈은 찾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갭이어를 통해 전 제 꿈에 아주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지난 주, 길었던 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할 생각을 하면 조금은 막막하게도 느껴지지만 이젠 더 이상 두렵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제 앞에 펼쳐질 날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처음이라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문득, 당장 발걸음을 어디로 떼야 할 지 조차 몰라서 많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했던 2년 전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만약 제가 갭이어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Q. 마지막으로 갭이어를 계획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A. 갭이어를 마치고 뒤돌아보니 그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처음 갭이어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한 용기가 부족해서였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사회의 시선이 두려워서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갭이어 기간에 대한 기회비용을 따지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물론 충분히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할 일이지만 본인이 정말 원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두 눈 꼭 감고 일단 한 번 뛰어들어 보세요. Jump into the water. 생각보다 그 물은 차갑지도, 깊지도 않을뿐더러 여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겁니다.
한국갭이어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갭이어 프로그램을 확인하세요
한국갭이어 페이지를 ‘좋아요’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