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의 갭이어 ‘열세번째 이야기’ 유물발굴 신혜일
이름 : 신혜일
현재 하고 있는 일 : 대학생휴학
갭이어를 보낸 장소 : 스페인, 발레아에스 제도의 섬 중 하나인 미노르카
Q. 갭이어를 갖게 된 이유와 준비 과정을 알려주세요.
“천천히 찾아오는 회의감”
저는 어렸을 때부터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막연한 탓인지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수능 수험생이 되었습니다. 입학한 대학교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재수까지 해서 들어간 대학교였기 때문에 공부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제게 직면한 현실에 대처하려고 노력하면서, 제가 정말 이 공부를 하고 싶은지, 졸업하고 관련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지 등의 본질적인 질문을 피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4학년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인생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한마디로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졸업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조금 늦게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앞으로 진로를 선택할 때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휴학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지다”
휴학을 결심한 후에도 어학연수나 스펙 쌓기가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한국갭이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직접 방문을 하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기왕에 갖는 갭이어 기간을 가장 생소하고 먼 나라에서 참여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페인의 발레아레스 제도라는 곳에서 로마시대의 유물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놓인 내가 어떤 모습일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개월 정도 하루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주중에는 지적 장애아동의 활동보조교사를 했고 주말에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쉬는 날 없이 일을 했지만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일을 함과 동시에 스페인에 가서 하게 될 유물발굴 활동과 관련된 로마시대 역사 서적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Q. 스페인에서 보낸 갭이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40일, 내 안의 진짜 나를 발굴해낸 시간 “
40일 동안 스페인을 경험하고 왔습니다. 첫 20일은 스페인 동쪽 지중해에 속해 있는 발레아레스 제도의 섬들 중 가장 작은 미노르카라는 섬에서 지냈어요. 미노르카의 낮고 하얀 건물들과 에메랄드 빛 바다는 스페인이라기 보다는 그리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로마시대의 유물을 발굴하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스페인의 발레아레스 제도는 로마 제국 시절 스페인과 로마를 대각선으로 잇는 항로의 요충지 역할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양의 유물이 발굴되는 곳이죠. 발굴 지역 근처로 가게 되면 그냥 걷기만 해도 로마 시대의 토기 조각이 발끝에 치일 정도로 많은 양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제가 발굴한 지역은 네크로폴리스라는 공동묘지와 고대 로마의 도시 지역이었습니다.
흔히 발굴되는 토기, 암포라 조각이나 동물 뼈들은 형체가 분명한 것만 수집이 됩니다. 그러나 모양이 특이하거나 좀처럼 잘 발견되지 않는 것들과 처음 발견된 유물들은 전문 서적들을 참고하여 시대를 추정한 뒤 따로 분류하게 됩니다. 유물 발굴 작업 기간 동안 총 네 개의 로마시대 동전과 동물 뼈로 만들어진 지름 3cm 정도의 물건을 발굴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발굴 작업 기간 동안 발굴된 총 7개의 중요 유물 중 절반을 제가 찾아냈죠.
” 누군가에겐 여행, 누군가에겐 동기 … 당신에게는? “
그 중에서도 동물뼈로 만든 옷의 단추같이 생긴 물건은 그 섬 안에서도 처음 발견된 종류였기 때문에 스텝들조차도 정확한 용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어요. 그것의 정확한 용도는 발굴 작업 이후 스페인을 여행하던 중에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고고학 박물관 MUHBA 에서 똑같이 생긴 물건이 전시되어 있었던 거에요.
그렇게 해서 그것이 로마시대의 보드게임에 사용된 말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누군가에겐 박물관 한켠에 있는 오래된 전시물에 그쳤겠지만 저에게는 직접 발굴한 물건이라는 의미로 다가와 그 진열장 앞에 한참을 서있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거든요.
미노르카는 이미 유럽에서는 유명한 휴양지이기 때문에 발굴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에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나 근처의 해변으로 친구들과 함께 놀러다녔어요. 모두에게 그 섬은 마치 미지의 세계와도 같아서 매일이 탐험이었죠. 특히 발굴 작업에 참여하는 기간 동안 생일을 맞이했었는데요, 이 날의 생일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친구들이 각자 자기 나라의 29일에 맞춰서 생일 축하를 해줘서 결국 3일동안 생일파티를 하며 보냈기 때문입니다.
”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
발굴 활동이 끝난 후 남은 기간 동안은 스페인의 여러 지역을 여행했어요. 처음 스페인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발굴 활동 후의 여행 일정에 대해서는 하나도 정해 놓은 게 없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여행에 대한 관점이 바뀔 것 같아 미리 예약이나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던 거죠.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그 동안 제가 했던 패턴과는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려고 했어요.
스페인에서의 여정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한 시작과도 같았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해 볼 용기가 생겼어요.
세비야, 론다, 그라나다, 바르셀로나 등 총 네 곳의 지역을 약 3주 동안 여행했습니다. 세비야와 바르셀로나에서는 각각 일주일 씩 머물렀구요. 한 곳에서 일주일 정도씩 머물 때의 장점은 짧게나마 그 도시 자체가 여행자에게 친숙한 공간이 된다는 거에요. 세비야에서는 하루에 두 번씩 에스파냐 광장을 가기도 하고, 4월 말에 하는 세비야의 축제 ‘페리야’에서 그 곳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했어요. 바르셀로나에서는 바르셀로네타 해변에서 해가 저물 때까지 한가로이 누워있기도 하고,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까탈루냐 음악당에서 실제 카탈루냐 전통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기도 했습니다.
Q. 갭이어를 가진 이후에 변화된 점 혹은 갭이어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내 생각을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게 됐어요.
한국갭이어에서 컨설팅을 받으면서 저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머릿속에 생각은 많은데 그걸 잘 표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나를 좀 바꿔 보고 싶은 의미에서 참여하게 되었고, 그런 각오를 가지고 가서 그런지 좀 더 많은 표현을 했어요.
예를들면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방법으로 색다르게 여행을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또 예전에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찾을 때 생각만 하고 행동을 쉽게 하지 못했는데, 저 스스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시작을 하고 끝을 보고 온 거잖아요, 그런 경험 덕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를 찾고 그걸 계획해서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Q. 마지막으로 갭이어를 계획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는?
하고 싶은 일을 좇는 것을 허황된 꿈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희 부모님 세대는 그렇다 쳐도, 저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 중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정말 내 삶에 도움이 안 되는 건지, 허황된 것인지는 진짜 해보지 않고는 몰라요.
아무리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인생에서 한 번 정도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봤으면 해요.
그게 뭐가 되었든, 그 후의 나는 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달라져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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