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G, 이강인의 도시 파리에서 서유럽여행 8주 실제 후기 (정유나 참가자)
<프랑스 파리, 갭이어 스테이>
이름 : 정유나
갭이어 참가 기간 : 8주
현실을 마주한 나는 어릴 적 모든 꿈을 포기하고 남들이 사는 방식대로 살아왔다. 그래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해야 하는 일에 집착하지 않고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을 찾고 싶어서 갭이어를 가지기로 했다.
내가 처음 마주한 파리는 가슴이 설렐 만큼 낭만적이지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지도 않았다. 처음 나가본 거리에서 그저 사람들이 사는 곳은 다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큰 기대는 하지 말고 나를 조금이라도 느긋하게 두자’고 생각했다.
파리에서 혼자 다니는 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정해진 길을 가고, 해야 할 일만 해오던 내게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불편했다. 숙소를 나서면 완벽히 혼자였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 없이 스스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원하는 것들을 정확히 말할 수 있었다. 물론 파리의 분위기 역시 내가 무엇을 하든 이상한 시선을 보내지 않고 눈치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내가 원하는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파리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어제도 봤고, 일주일 전에도 봤고, 한국에 있을 때 엽서로도 봤던 풍경이었는데, 새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내 감정에 집중하지 못해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매일 새로운 풍경을 보며 짧은 인생에서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사는 게, 왜 이전에는 이런 기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남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깎아내리며 ‘하고 싶다’고 당당히 표현하지 못한 순간들이 너무나 아쉬웠다.
“나는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소리 내어 울었어.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러웠거든.” 파리에 갭이어를 가지러 온 언니와 대화를 나누다 들은 그녀의 이야기에 놀랐다. 사람들 앞에서 울었다니, 그걸 말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니!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언니가 부러웠다.
반면, 나는 언제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왔다. 아마 내가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려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판단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했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울고 싶으면서도 언제나 강한 척, 자신 있는 척하며 내 진짜 감정을 숨겼다. 그러나 파리로 떠나는 비행기에서는 담담했고, 파리를 떠나는 비행기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아직도 큰 소리로 우는 건 어색하다. 하지만 처음 다른 사람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얻은 작은 용기는 점점 커졌고, 커진 용기 덕분에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었다. 예전에는 남을 의식하며 슬픔을 한숨으로 대신했겠지만, 이제는 슬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공이 바닥을 쳐야 튀어오를 힘을 얻듯이, 나는 이 솔직한 슬픔을 발판 삼아 털어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 마음과 감정을 듣는 법을 알았으니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나 자신을 속이지 않도록 열정적으로 살아갈 것이다!
에피소드
강가에서 혼자 풍경을 감상하던 중,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한 할아버지가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계속 프랑스어로 말씀하시길래 대화가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대화 의지가 너무 강하셔서 열심히 듣다 보니 조각가이신 할아버지께서 나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으셨다고 하시며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불순한 의도로 오해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시는 좋은 분이었다. 할아버지와 오랜 대화를 나누고, 악수를 하며 헤어졌다. 내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준다는 사실도 놀랍고 기뻤지만, 무엇보다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서로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았다. 프랑스어도 영어도 아닌 말로 어떻게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할아버지의 미소와 즐거웠던 시간은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나의 갭이어 평가
여가 ★★★☆☆
생각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도와야 할 일이 많아서, 계획한 것만큼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는 못했다.
경험 ★★★★★
한국에 머물렀다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좋은 일도 많았고 나쁜 일도 많았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배움 ★★★★★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관점이 확장되었다.
환경 ★★★★☆
개인 공간이 없어 불편하기도 했지만, 숙소에서는 편안하게 지냈다.
안전 ★★★★☆
나가면 가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경험을 제외하면 큰 어려움 없이 안전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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